비건화장품 멜릭서

Jun 06, 2021

[비하인드 스토리] 플라스틱 없는 팝업스토어

멜릭서는 2021년 5월 20일부터 31일까지 12일간 삼성동 파르나스 몰에서 '더 플라스틱 프리 스토어(The Plastic-free Store)' 팝업을 열었어요. 멜릭서의 공간에서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는데요. '더 플라스틱 프리 스토어'를 기획한 멜릭서의 디자이너 코은(Koeun)과 예린(Yerin)으로부터 팝업스토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예린, 코은!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셨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Yerin: 저는 멜릭서에서 공간디자인과 컨텐츠를 맡고 있어요. 이번 팝업스토어에서는 콘셉트 기획부터 디자인, 시공 총괄까지 담당했습니다. 팀 멜릭서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일관된 방향성에 맞춘 최적의 결과물을 뽑아내기 위해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VMD(Visual Merchandising Display)에서 QC(Quality Control)까지 다양한 일을 진행했던 것 같아요.


Koeun: 제품개발과 브랜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예린과 함께 이번 팝업스토어 설계와 기획을 맡았어요. 예린님이 방향성과 세부사항을 기획해주셨고, 제가 브랜드 매니저로서 멜릭서의 방향성에 맞는 공간을 완성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했습니다.







 

Q. 두 분께서 기획하신 이번 ‘더 플라스틱-프리 스토어’가 감사하게도 큰 사랑을 받았어요. 이번 팝업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Yerin: ‘더 플라스틱-프리 스토어'의 첫 시작은 올해 1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였어요. 멜릭서가 제안하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해 한국 화장품 업계로서는 처음으로 '플라스틱-프리(plastic-free)' 팝업스토어를 시도했죠. 마찬가지로, 이번에 파르나스 몰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도 멜릭서의 브랜드 정체성과 메세지를 온전히 담고자 노력했어요. 또한, 이전에 진행했던 팝업스토어와 어떻게 차별점을 둘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소재와 아이디어로 이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도록 노력했어요.


Koeun: 예린 말처럼, 기존에 진행했던 팝업스토어의 아쉬웠던 점이라면 사용된 소재가 종이 박스로 국한되었다는 점이었어요. 공간에 깊이가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졌죠. 그래서 파르나스몰에서 진행한 팝업에서는 그걸 깨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얼스팩(Earth pact)’이라는 종이도 쌓아 올리고, 골판지도 사용해서 단면이 느껴지도록 하는 등 재미있는 요소도 적용하면서, 우리만의 확고한 공간 정체성을 가져가되 더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방식을 예린과 함께 찾았어요.


Yerin: 코은이 원하는 게 분명하게 있었어요. (웃음) 골판지 단면이 꼭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진행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비쥬얼이 나왔어요. 코은이 지난 팝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팝업에서 분명히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들을 잘 짚어주어 큰 도움이 됐어요.



 

Q. 환상의 커플이었네요. (웃음) 사람들이 ‘더 플라스틱 프리 스토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Koeun: ‘플라스틱-프리’ 라는 콘셉트 자체도 특이하지만, 고객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공간이었다는 점이 유의미한 것 같아요. 큰 브랜드와 기업에서도 팝업스토어에서 공병수거 등 친환경 캠페인을 많이 진행하는데, 고객들이 가져오는 공병들이 얼마나 되는지, 공병 재활용이 만들어내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는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번 팝업스토어에서는 고객들이 가져온 공병을 창고에 보관하는 대신 팝업스토어에 직접 쌓아 우리만의 독특한 공간 구성으로 소화하고자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시고 별다른 참여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SNS에도 사진을 많이 공유해주셨어요. 공병을 못 쓰는 자원이 아니라  아티스틱하게 풀어낸 점이 좀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Yerin: 코은이 말한 것처럼 팝업에 오시는 분들과 함께 공간을 만들어가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면도 있고, 설문지로 고객분들께 팝업 경험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던 것도 특별했던 것 같아요. 온라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브랜드인데 이번 팝업스토어가 사람들과의 소통의 장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일반적인 팝업스토어처럼 ‘우리가 이걸 준비했으니까 보세요'의 일방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고 팝업스토어 첫 날부터 고객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실시간으로 그 의견들을 반영해서 공간을 개선해나갔던 인터랙티브한 팝업스토어였어요.



Q. 이번 팝업스토어는 후각, 시각 등 다양한 감각적 요소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Koeun: 제품개발 BM이신 티니(Tini)가 수고를 많이 해주셨어요.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던 향도 개발해주시고, 공병 디스플레이도 진행할 수 있게 준비해주셨죠. 그래서 팝업스토어에서 좋은 고객 경험이 생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Yerin: 이번 팝업이 굉장히 면적이 작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각각의 공간이 함께 합쳐져서 일관된 경험으로 다가갈 수 있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Q. 작은 규모이지만, 두 분의 의도가 빼곡하게 느껴지는 공간인 것 같아요.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가장 신경 쓴 공간은 어디인가요?

Yerin: 저의 경우, 멜릭서의 공병재활용 캠페인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한 미사이클(me:cycle) 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어요. 사탕수수 찌꺼기로 만든 생분해 종이를 쌓아 올려 디스플레이를 구성했는데, 종이를 쌓는 것이 겉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우여곡절이 많았거든요. 열심히 쌓아놨는데 종이가 막 휘어지고. (웃음) 그런데 결과적으로 가장 룩이 예쁘게 나왔고, 종이를 쌓아 올린 디스플레이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티니(Tini)와 톰(Tom)이 밤 새서 종이를 쌓아주셨는데 종이 업체분들이 보시고는 본인들보다 잘 쌓았다고 놀라시더라고요. (웃음) 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죠.



Koeun: 중앙의 메인 디스플레이 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체험이 오프라인의 가장 큰 장점이고 이유인데, 방역 수칙을 지키다 보니 제형을 실제로 발라볼 수 없다는 제약이 있어 고민이 많았어요. 대표인 하나(Hana)가 제품의 제형을 비커에 담아서 간접적으로 향이나 제형을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셔서 반영했고, 결과적으로 직접 체험은 어렵지만 고객분들이 어느 정도 제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드린 것 같아요. 또 중앙 판넬에 식물성 재료들을 배치해놓았는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주셨어요. 밀도있는 구성을 위해서 섬세하게 신경 쓴 부분이었는데, 팝업에 찾아주신 분들께 그 점이 잘 전달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Yerin: 골판지로 구성했던 좌측 디스플레이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유동인구가 우측의 미사이클 존 쪽으로 많이 빠져서,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좌측의 골판지 존에 집중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팝업 기간동안 신경을 많이 써서 계속 조금씩 매장의 공간 배치를 개선했고, 결국은 더 정체성이 강하고 예쁜 결과물이 나왔어요. 원래는 그 자리에 선물세트를 놓았는데, 선물세트가 판매가 잘되지 않아서 주력제품인 선스크린이나 팝업 한정 상품이었던 페이스 앤 바디 솝 등 더 사람들의 시선을 잘 끌 수 있는 신제품들로 규모감 있게 디스플레이를 바꿨어요. 그리고 여러가지 소재들을 추가해서 점점 완성도를 높여갔죠. 아마존에서 비건 립 버터가 판매 1위를 달성했다는 사실도 아이패드 디스플레이에 띄워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어요. 이런 노력을 통해 실제로 그 자리에 멈춰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졌고, 사진도 많이 찍으시더라고요.

Q. ‘더 플라스틱-프리 스토어'를 기획하면서 어디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으셨나요?

Yerin: 자연적인 요소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Mindful skincare made from plants”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고민하면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하나의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요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종이, 골판지, 폐지, 나무조각, 돌 같은 오브제를 사용해 모든 공간을 구성하게 되었죠. 건축, 디자인 관련 인스타그램 계정과 사이트를 많이 참고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Koeun: 저도 비슷하게 SNS 상에서 우리 브랜드와 결이 비슷한 다른 업계의 공간이나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것들에서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규모가 있는 브랜드들이 밀레니얼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주의 깊게 보았고요. 제품 부자재 관련으로 인쇄소에 미팅을 갔을 때, 골판지가 쌓여있는 것이 참 인상적이어서 이걸 꼭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활용해봐야겠다 싶어 예린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예린님이 잘 수용하고 디벨롭해주셔서 좋은 기획이 탄생한 것 같아요.


Yerin: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면서 제 일상의 포커스가 어떻게 멜릭서 공간을 구성할까에 맞춰졌던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 나무로 만든 카페의 탁자, 오브제 등을 보면서 어떤 소재를 활용해 더 지속가능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Q. 이번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Yerin: 좋았던 점은 큰 프로젝트의 일부분으로서 누구를 도와주거나 결과물을 낸 적은 많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손때가 묻은 프로젝트는 처음이라는 것이에요. 제가 기획한 공간 안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고, 공간을 좋아해 주시는 걸 보고 정말 짜릿했어요. 그런 기분이 무엇인지 처음 알았던 것 같아요. 이 공간을 사람들이 정말 좋아해줄까? 반응을 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생동감 있는 경험이었어요. 아쉬웠던 점은, 팝업스토어를 10일만 더 운영했으면 좋았을 텐데, 기간이 짧아 아쉬웠어요. 하지만 원래 마무리가 아쉬워야 체력을 비축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려고요. (웃음)



Koeun: 업체 계약 등 페이퍼워크부터 시작해 기획에서 시공까지 직접 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물류들을 파르나스몰 창고 안으로 들여오고, 디스플레이 셋업, 판매, 철거에 이르기까지 멜릭서 사람들의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했던 경험이었어요. 또 힘들다고 해도 끝까지 해내던 팀원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지 않았나.. (웃음) 거의 100%를 우리 내부에서 기획하고 실행하고 만들어낸 첫 결과물이여서 좋았어요. 아쉬웠던 점은 저도 마찬가지로 시일이 짧았던 것이에요.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바이럴도 많이 나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좋았는데, 일찍 끝나버려서 아쉬웠죠.  주변 업계 사람들한테 팝업스토어 언제까지 운영하는지, 가보고 싶다든지 하는 연락이 많이 오더라구요. 결과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게 되어서 기뻐요.



Q. 스토어에 방문해주신 고객분들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Koeun: 팝업스토어에서 직접 공병을 가져오시면 에코백을 드리는 이벤트를 했는데, 공병을 10개 가까이 가져오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저희가 대부분 유리 용기라 아주 무겁거든요. 서울이 아닌 곳에서 오신 분들도 많이 계셔서 감동적이었어요. 공병을 8개 모아 가져오셨던 40대 남짓 여성 고객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피부가 민감해서 저희 브랜드를 계속 애용해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어떤 브랜드에 이렇게 진심인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모로 열심히 잘 해서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어요.


Yerin: 저도 그런 고객분을 만났어요. 젊은 여자분께서 무거운데 공병만 10개 가까이 반납하러 일부러 팝업스토어까지 오셨어요. 학교 과제로 팝업스토어 영상을 찍어가신 분들도 있었고, 초대고객 중 사진을 거의 한 시간 동안 찍어주신 분도 계셨어요. 멜릭서라는 브랜드를 너무 좋아해 주시는 게 잘 느껴져서 감동이었어요. 한 장이라도 더 예쁜 사진을 찍어주시고 싶은 마음에 정말 오래 서서 구경하고 사진 찍다가 가셨어요. 브랜드에 대한 좋은 말씀을 전해주고 가신 분들도 많았어요.



Q. 멜릭서의 다음 공간은 어떤 곳이 될까요?

Yerin: 멜릭서 하우스가 될텐데요. 멜릭서 하우스는 멜릭서의 문화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공간일 것 같아요. 팀 멜릭서 사람들이 영감을 얻고 건강한 제품을 개발하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 될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멜릭서다운 공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Koeun: “마인드풀 스페이스(Mindful Space)”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마인드풀한 공간이란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어떤 물건이 만들어지고 우리에게까지 오는 과정을 인식하게 되는 공간이기도 해요. 우리가 쓰는 소재, 물건들을 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것들로 사용하면서 사람들이 이 공간에 왔을 때 마음을 챙길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Yerin: 건강함과 지속가능성을 디테일로 풀어내고, 진심을 담은 진정성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by 라희, 제니

Edit. by 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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