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화장품 멜릭서

April 22, 2023

[한국의 비콥 기업 인터뷰]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약속을 제품에 담아내는 비건 스킨케어, 멜릭서



비건(Vegan)이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은 요즘, 비거니즘(Veganism)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하는 산업 영역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비거니즘이란 채식을 넘어 모든 개별 생명체의 삶을 존중하고, 착취에 반대하며 동물성 제품의 소비를 삼가는 개념인데요. 인간과 동물, 자연의 평등한 관계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 보호 및 지속 가능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한국 비콥(B Corp) 커뮤니티 최초로 스킨케어 분야에서 신규 비콥이 탄생했습니다. 미국 아마존 판매 1위 ‘비건 립 버터’, 세포라 코리아 판매 1위 ‘비건 에어핏™ 선스크린’을 자랑하는 한국 최초의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멜릭서(Melixir)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2023년 6월, 멜릭서 하우스에서 이하나 대표를 만나 그동안 비콥 인증을 받기 위해 걸어온 여정과 멜릭서가 지켜온 핵심 가치 및 기업가 정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제품 하나에도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약속들이 다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멜릭서 이하나 대표 ©멜릭서


Q. 비콥 인증을 축하 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A. 비콥 인증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매우 즐거웠습니다. 드디어 끝났다! (웃음)


Q. 멜릭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멜릭서는 2018년 4월에 설립된 한국 최초의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연결을 통해 휴식과 치유를 선사할 수 있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Q. 어떠한 계기로 비콥 인증 과정에 뛰어들게 되셨나요?

A. 대학 시절부터 소셜 이노베이션 분야에 관심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201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을 하던 당시를 떠올려 보면, 길을 지나다닐 때에도 비콥 로고가 있는 브랜드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같습니다. 아무래도 캘리포니아 쪽은 파타고니아가 브랜드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니까요. 이를 계기로 ‘이제 소비재 기업들도 비콥 인증을 통해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무를 함께 가지고 가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죠. 이후 멜릭서를 시작할 때부터 ‘멜릭서가 비콥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라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부터 비콥 인증을 위한 과정에 뛰어들게 되었어요. 시작하고 나서 법인도 바뀌고 내부 구성원도 많이 늘어나면서 인증 트랙 변경이 필요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2023년 6월에 최종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저희는 한국과 미국 법인을 모두 포함하여 비콥 인증을 받다 보니 ‘베네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으로의 법인 전환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회사 정관 교체까지 요구되었기에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이러한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주주분들께도 공유 드리고 신중하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주주분들께 동의를 받는 과정이 어렵진 않으셨나요? 한국에서는 낯선 시스템이었을 텐데 미국 법인을 베네핏 코퍼레이션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해 지지를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주주분들께서 저희가 하는 일에 동의해 주셔서 다행히 이러한 부분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멜릭서가 비콥이 되는 과정을 공유 드리며 이게 저희가 계속 지켜 나가야 하는 큰 약속이고, 정말 진심을 다해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한 재무적으로 성과를 내는 부분, 즉 회사의 사업적 성공과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혹은 이를 추구하는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멜릭서를 설립하셨을 당시에 비해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A.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멜릭서를 시작했을 때, 비건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제조사들을 찾아가면 항상 “비건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스무 군데가 넘는 제조사를 찾아 다닌 끝에 유기농 제품을 만드는 곳에서 멜릭서의 첫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당시엔 일반 고객 분들도 비건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고 계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화장품이 어떻게 비건일 수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고요. 그래서 비건이라는 개념의 의미와 비건이 화장품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 기준점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멜릭서는 비건 화장품을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Q. 현재 멜릭서 제품은 아마존, 세포라 등 해외 여러 국가들의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데요. ‘비건 & 크루얼티 프리’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국가 별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동시대가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로나(COVID-19) 이후 이러한 성향이 더욱 가속화되었는데요. 팬데믹을 계기로 전 세계인들이 환경 문제에 있어 조금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함을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과거에는 개인적 신념이나 종교적 이유 등으로 소수에 의해 비건 식생활이 이루어져 왔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식생활을 포함한 모든 삶의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전 세계적으로 비거니즘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요.


Q. 멜릭서는 특히 고객의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하는데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노력하고 계신 점이 있나요?

A. 저희가 가장 신경 쓰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요. 고객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더 나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품 하나에 멜릭서가 전달하고자 하는 약속들이 다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비건 원료로, 민감성 피부를 위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드는 것. 이 세 가지 약속이 각 제품을 구성하는 패키지, 용기, 성분, 문구 등에 전부 담길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고객분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반영하고 있어요. 분리 배출이 어려웠던 비건 에어핏™ 선스크린 용기를 50% PCR(Post-Consumer Recycled,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최근 리뉴얼 했고, 현재는 비건 립 버터 용기를 25% PCR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실제 상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아 100% PCR로 만드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멜릭서 이하나 대표 & 탁민경 매니저 ©비랩코리아


Q. 브랜드 초기부터 지금까지 공병 재활용 캠페인 '미사이클(me:cycle)'을 운영하는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계시는데요.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계획하고 실행하시는지, 그리고 한국 외 다른 국가들에서도 동일하게 시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현재로서는 한국에서만 미사이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해외에서도 공병 수거 시스템을 무리 없이 잘 운영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는데, 저희가 판매 국가별로 직영 오피스가 있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예상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더더욱 지속 가능한 소재들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아직은 정답이 아니고 또 소재들도 계속 발전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지향점을 유지하면서도 고객분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대를 맞추어 가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아마존을 통해 제품을 판매할 때는 한국과 동일한 재활용 정책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데요. 이처럼 글로벌 확장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상충되는 부분이 종종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이러한 산업적 특성 때문에 브랜드 철학과 제품 자체가 더욱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따라서 제품 하나하나가 멜릭서라는 브랜드를 대변하는 상징물이고, 제품을 통해 멜릭서가 한 약속들을 꾸준히 오랫동안 지켜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최근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요. 여기서 멜릭서가 다음 스텝으로 생각하고 계신 부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환경 문제에 있어 가장 직결되어 있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제품이 담기는 용기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유리를 사용하면 무게가 훨씬 많이 나가고 배송 시 파손의 위험도가 생기는데요. 때문에 플라스틱이라는 소재가 고객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편리하고 저렴하기까지 하니까 이를 대체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기에 고객분들께서 이러한 불편함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하실 수 있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이제는 지속 가능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소재가 점점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소재를 사용했을 때에도 제품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서 또 안전해야 하기에 밸런스를 찾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미사이클 캠페인 용기 회수의 경우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경제적으로 참여하실 수 있을까 저희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도 비용을 부담하며 계속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Q.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A. 첫 번째로는 2021년 코엑스 파르나스 몰에서 진행했던 '더 플라스틱 프리(Plastic-Free) 팝업 스토어'가 생각납니다. 멜릭서가 지향하는 가치를 고객분들이 즐거운 경험으로 수용할 수 있게끔 도와줬던 이벤트였던 것 같아요. 브랜드 팝업 스토어 행사의 경우 보통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기에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곤 하는데요. 그래서 멜릭서는 팝업 스토어에 흔히 사용되는 아크릴과 플라스틱 자재들을 모두 없애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모든 매대, 집기, 설치물 등을 종이 및 자연 소재만으로 구성했고, 여기에 담긴 멜릭서의 철학을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경험하실 수 있었던 이벤트였던 것 같습니다. 브랜드 제품이 지속 가능성과 세련되게 맞물리며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보곤 했는데, 멜릭서가 추구하는 가치와 상업적인 부분이 잘 어우러진 좋은 성공 사례였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2년 전 저희가 지금의 오피스로 이사를 왔을 때인데요. 원래 공유 오피스를 쓰다가 도산공원 인근에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게 되어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 다같이 고민하게 되었어요. 팀 멜릭서의 모든 분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하며 일상을 함께 할 수 있길 바랐거든요. 가장 먼저 집과 같이 편안한 업무 공간을 만들고자 ‘멜릭서 하우스’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이후 팀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업무 공간에 대해 내부 조사를 실시했고, 디테일한 것들까지 팀 내에서 직접 디자인했어요. 멜릭서의 지향점이 담긴 아지트 같은 공간이라 이곳으로 이사 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그에 따른 중장기적 계획이 있으시다면 들려 주세요.

A. 멜릭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화장품이라는 한 가지 영역에서 시작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멜릭서를 통해 개인의 삶 속에서도 조금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옵션들을 찾아 갔으면 합니다. 이제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까지 멜릭서를 알아가고 계시고, 이를 통해 멜릭서의 커뮤니티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오리지널리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만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우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고 싶어요. 좋은 철학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멜릭서는 결국 멜릭서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해석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기업에게 비콥 인증을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A. 저는 기업가 정신에 관심이 많은데요. 사업적 성공과 사회적 책무를 함께 가지고 가는 것이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가 정신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또 기업 안에서 어떻게 사회적 책무를 구현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를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비콥이라고 생각합니다.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꾸준히 실천하며 사회적 임팩트를 키워가고, 우리 사회에 좋은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도이기에 이러한 부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 어떤 기업에게도 비콥 인증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고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중이며, 매번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 왜 이 말 한 마디가 '완벽하다'는 말보다 더 묵직하게 들리는 걸까요? 멜릭서 하우스를 가득 채운 싱그러운 향기 속에서 더욱 강렬하게 전해진 건, 그들이 만드는 제품 하나하나에 기업의 철학을 담아내고자 노력하는 멜릭서의 의지였던 것 같습니다. 멜릭서의 남다른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본 스토리는 비랩코리아 블로그 포스트 원문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 원문 보기: https://blog.naver.com/blab_korea/22316173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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